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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특구 근로시간? 무엇이 해법인가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원장
메가특구특별법에 담기게 될 근로시간 특례의 내용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다. 쟁。은 고소득 관리자와 개발자들에게 근로시간 상한을 없애고, 초과근로수당을 배제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잼션의 적용 여부다. 경영계의 소원이지만 능력 있는 개발자들의 지방 이동을 방해할 수 있다는 걱정도 많다. 배경은 주 52시간 제한으로 특정시기 집중 노동이 필요한 연구개발 업무의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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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하고 싶은 사람은 일하지 못하고, 일하는 사람은 느슨하게 일해
한국은 근로시간 상한의 정산 단위를 한 주로 묶어 둔 유일한 나라
유연근로 하려면 노사 합의와 사전 일정 확정의 높은 문턱 넘어야
시간 선택권으로 집중해서 짧게 일하고 대가와 휴식은 돌려받기를
」
한국의 근로시간 규제가 만든 풍경
2018년 주 52시간 체제를 완성했지만, 우리나라 취업자 1인의 2025년 연간 노동시간은 1833시간으로 독일(1332시간)보다 501시간 길다. 하루 8시간으로 환산하면 근무일 기준 63일, 한 계절 분량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여섯 번째이고, 근로 관행이 유사한 일본보다도 235시간 길다. 한편에서는 근로시간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인데 일터는 여전히 장시간 노동에 묶여 있는 셈이다. 문제는 획일성과 경직성이다.
게리 베커(Becker)는 ‘시간 배분의 이론’(1965)에서 인간의 궁극적 제약은 시간이며, 모든 활동은 재화와 시간의 함수라고 주장했다. 시간은 가격으로 실현된다. 일하는 시간의 가격은 포기한 여가이고, 여가의 가격은 포기한 임금이다. 노동자는 이 상대가치에 반응해 노동과 여가, 돌봄과 학습 사이에서 자신의 시간을 끊임없이 재구성한다. 이 이론이 성립하기 위한 전제는 시간이 선택의 대상이라는 .이다.
규제가 시간을 하나의 기준으로 고정하면 사람들은 선택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조정한다. 하루 여섯 시간만 일하고 싶은 사람에게 전일제가 유일한 선택지라면, 그는 노동시장을 떠나야 한다. 일을 네 시간에 끝낼 수 있는 사람이 여덟 시간을 채워야 한다면, 그는 네 시간 분량을 여덟 시간으로 늘려서 한다. 전자는 참여의 손실이고 후자는 생산성 손실이다. 일하고 싶은 사람은 일하지 못하고, 일하는 사람은 느슨하게 일하는 것. 우리 근로시간 규제가 만들어 온 풍경이다.
유럽인이 짧게 일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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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가 근로시간을 결정한다는 명제는 홀과 소스키스(Hall & Soskice, 2001)가 주장한 제도의 상호보완(institutional complementa rity) 이론에 연결된다. 개별 제도의 효과는 홀로 정해지지 않으며 함께 작동하는 다른 제도들에 의해 증강되거나 상쇄된다. 똑같은, 주 40시간 국가라도 단체교섭과 기록의무, 휴식권이 맞물린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의 총근로시간은 판이하다. 실증은 알레시나, 글레이저, 사케르도테(Alesina, Glaeser & Sacerdote, 2005)가 제공했다. 이들은 미국과 유럽의 노동시간 격차를 분석해, 유럽인이 짧게 일하는 것은 선호나 문화가 아니라 단체협약과 휴가 같은 제도의 산물임을 보였다. 개인의 선택에 맡겨서는 도달할 수 없는 짧은 노동의 균형을, 정합적으로 짜인 제도가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펜커벨(Pencavel, 2015)은 제1차 세계대전기 영국 군수공장 자료에서 노동시간과 산출의 관계가 직선이 아닌 곡선임을 보였다. 산출은 시간에 비례해 늘지만, 임계.을 넘으면 피로가 누적돼 추가 시간이 만드는 생산이 급격히 줄고, 극단에서는 한계생산이 제로에 수렴했다. 상한 규제를 정당화하는 근거다. 그러나 논리를 확장하면 결론이 달라진다. 곡선이 꺾인다는 사실은 보편적이지만, 어디서 꺾이는지는 직무의 성격이 정한다. 펜커벨의 임계.은 육체 피로가 지배하는 반복 작업에서 측정된 값이다. 집중과 몰입의 리듬이 다른 연구개발, 성수기와 비수기가 갈리는 프로젝트 업무의 임계.이 같은 자리에 있을 리 없다. 그렇다면 단일한 법정 숫자는 필연적으로 이중의 오류를 범한다. 임계。이 낮은 직무에는 과로를 허용하는 과소 규제가 되고, 임계.이 높은 직무에는 생산적 시간을 잘라내는 과잉 규제가 된다. 획일적 상한은 시간이 절실한 조직에는 족쇄로, 그렇지 않은 조직에는 소진해야 할 예산으로 작동한다.
과로 막는 안전선은 필수지만
세 이론이 가리키는 결론은 하나다. 과로를 막는 절대적 안전선은 필수지만, 그 선 안의 시간을 하나의 표준으로 고정해서는 참여도 생산성도 지킬 수 없다. 근로시간 단축은 법의 상한 하나로 명령되는 결과가 아니라 가격·선택·집단조정이 서로 맞물릴 때 형성되는 제도적 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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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우리의 근로시간 논쟁은 법정 상한에 집중됐으며 주어진 근로시간 내에서 선택을 제도화하고 조정을 자율화해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생산성을 확대할 방법 모색은 배제했다.
필자는 ‘조직과 인사관리연구’ (2026년 5월)에 게재한 논문에서 법정 근로시간이 유사한 국가들의 연간 근로시간 격차를 분석했다. 결과는 우리의 장시간 근로 원인이 경직된 주 단위 상한관리와 유연근로제도의 외부화에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규제 조건에서 주당 상한의 반복은 근로시간 수요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주 52시간은 매주 새롭게 시작되며 장기 반복으로 근로자의 피로는 누적된다. ‘주 단위 단일 규제’가 과로의 방치와 유연성 봉쇄를 동시에 야기하는 셈이다.
유럽연합은 주 48시간 상한을 통상 4개월, 단체협약에 따라 최장 1년 평균으로 관리한다. 독일은 1일 8시간을 기준으로, 최대 10시간의 상한을 두되 6개월(또는 24주) 평균을 적용한다. 일본도 36협정에 기반해 연장근로를 월(45시간)·연(360시간) 단위로 규율한다. 모두 과로를 한 주의 사건이 아니라 누적된 위험으로 설정한다. 미국을 제외하면 상한 없는 나라는 없지만 상한의 정산 단위를 오직 한 주에만 묶어 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
스타트업·중소기업, 유연근로 왜 힘든가
물론 우리도 누적 관리 방식인 유연근로(탄력·선택근로) 제도를 두고 있지만, 연장 근로제도(근로기준법 53조)와 분리된 특별 메뉴(51조·52조)이며 노사 합의와 사전 일정 확정이라는 높은 문턱을 넘어야 한다. 제도가 복잡할수록 노무 역량이 약한 스타트업·중소기업은 비용이 큰 유연근로보다 손쉬운 12시간의 매주 연장근로를 활용하며, 노사관계가 불안정해도 유연근로 사용이 어렵다.
13개국(1995~2023년)을 대상으로 분석한 필자 논문의 시사.은 분명하다. 법정근로시간과 실노동시간의 상관계수는 0.095에 불과했다. 반면 상한의 경직성, 연장근로의 연·월 누적관리, 유연근로 제도의 통합성, 기록·감독·제재의 실효성 등을 묶은 통합지수(논문의 ‘아키텍처지수’)의 정합성이 1 표준편차 높아질 때 연간 노동시간은 약 128시간 짧아졌다. 제도의 짜임새는 국가 간 노동시간 격차의 3분의 2, 시간주권 차이의 76%를 설명했다. 한 국가 안에서도 제도의 정합성이 높아지면 시간이 줄었고, 장시간 노동 국가일수록 효과가 컸다.
작동 경로는 세 가지다. 첫째는 가격. 시간을 객관적으로 기록하고 연장근로에 정확한 값을 치르면 추가 시간의 비용이 사용자에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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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싸진 시간은 아껴 쓰게 되고, 불필요한 대기와 의례적 야근이 사라진다. 기록은 행정의 부속물이 아니라 시간에 가격을 붙이는 제도적 전제다.
둘째는 배분. 근로시간 정산 기간이 넓어지고 선택권이 실질화되면 노동은 수요가 높은 시기로 이동하고, 낮은 시기에는 줄어든다. 총량 상한 아래 피크를 흡수하면서 평시 근로를 단축할 수 있다. 동시에 짧게 일할 자유가 정상적인 고용 경로가 되면 여성과 고령자의 참여가 늘고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은 줄어든다. 몰아서 일할 자유와 짧게 일할 자유는 대립하지 않는다.
셋째는 거버넌스다. 근로자대표 제도와 단체협약이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선택이 유효하다. 거부할 수 있어야 선택이고, 그 거부권은 집단적 뒷받침 위에서만 실재한다. 기록 없는 평균화는 은폐를, 대표성 없는 유연화는 과로를, 가격 없는 상한은 왜곡을 낳는다. 근로시간 제도는 어느 한 부품이 ‘제로’이면 전체가 멈추는 곱셈의 메커니즘이다.
기간 총량 엄격히 규율, 배분은 유연하게
장시간 노동은 부품은 있으나 조립되지 않은 제도가 만든 결과다. 개혁의 설계도에 다섯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주 단위 안전망을 유지하면서 월·연 누적 상한과 정산기간 평균 규율을 결합해야 한다. 기간 총량을 엄격히 규율하되 배분은 유연하게 여는 방식이다. 둘째, 복잡한 여러 가지 유연근로제를 누적 상한의 연장근로 관리제도로 통합하고 도입 절차를 노사합의 중심으로 단순화해야 한다. 셋째, 전자적 근로시간 기록을 표준화하고 감독을 실효화해야 한다. 넷째, 초과근로가 임금 보전 수단이 되지 않도록 임금체계와 성과관리 방법을 함께 고쳐야 한다. 다섯째, 근로자대표의 민주적 선출 절차를 법제화해야 한다. 여기에 개별 동의와 철회권, 거부에 대한 불이익 금지, 근무일 사이 11시간 연속휴식, 특정 주의 절대 상한과 집중근로 뒤 보상휴식의 건강권을 결합해야 한다. 이 모두는 동시에 통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김영희 디자이너
한국의 노동시간은 지난 10년 OECD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줄었다. 하지만 감소의 중요 원인은 초단시간 일자리 증가 같은 구성 변화에 기대고 있으며 제도의 골격은 여전히 낡았다. 시간 선택권 요구는 더 오래 일하자는 구호가 아니다. 정합적인 안전장치 안에서 필요할 때 집중하고, 가능할 때 짧게 일하며, 그 대가와 휴식을 정확히 돌려받자는 원칙이다. 이제 논의는 ‘몇 시간까지 일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제도의 조합으로 짧게 일하고도 잘 돌아가는 경제를 만들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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