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집권 노동당의 앤디 버넘 총리가 매년 높은 비율을 보장받던 국가연금 인상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그간 ‘연금 인상 후퇴는 없다’고 약속해온 노동당 기조와 정반대다. 영국을 포함한 선진국에서 국채 금리가 치솟는 가운데 재정 건전성 강화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리플 락’ 개혁 예고
버넘 총리는 29일(현지 시간) 영국 리버풀에서 열린 노동당 전당대회에서 연금 ‘트리플 락(triple lock)’ 제도를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2011년 도입된 트리플 락은 한 해 물가 상승률, 임금 인상율, 또는 2.5% 세 수치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에 맞춰 매년 연금을 자동으로 인상해온 제도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고령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트리플 락이) 인기가 높지만 재정 여력이 한계에 다다른 영국 정부에는 막대한 재정 부담으로 작용해왔다”고 짚었다. 실제로 올 7월 영국 예산책임청(OBR)은 트리플 락을 유지할 경우 수십년 뒤 연금 지출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9%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버넘 정부가 내놓은 개혁안의 연금 인상 기준은 여전히 물가 상승률 또는 2.5%다. 그러나 임금 상승률에 맞춰 인상률을 조정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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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되면 트리플 락에 따라 한 번 오른 연금이 다음 인상의 출발。이 돼 더욱 가파르게 오르는 ‘래칫 효과’를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는 게 버넘 정부의 설명이다. 버넘 총리는 2030년부터 새로운 개혁안을 시행하겠다고 예고했다.
근로자의 실질 소득이 크게 증가한 해에는 연금 인상 ‘속도 조절’이 이뤄질 수 있는 셈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물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는 동시에 연금이 소득 대비 계속 높아지게 했던 래칫 효과를 제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채 금리 급등’ 속 재정 건전성 강화
영국이 복지 확충에서 재정 건전성 강화로 무게중심을 옮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경제학자들은 재정 부담을 이유로 트리플 락 개혁을 오랫동안 요구해왔는데, 정치권은 유권자 반발을 우려해 쉽게 나서지 못했다.
2024년 총선에서 노동당은 보수당을 꺾고 집권할 때에도 ‘트리플 락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런데 키어 스타머 전임 총리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취임한 지 불과 2개월이 지난 버넘 총리가 연금 개혁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버넘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정치적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는 。을 받아들인다”면서도 “누군가는 고통을 감수하고 반창고를 떼어내야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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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결정은 영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최근 5% 이상으로 높아지며 2007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한 가운데 나왔다. 영국 재정 여력에 대한 우려와 글로벌 국채 금리 랠리가 맞물리면서 차입 비용이 치솟고 있다. 버넘 총리는 전당대회를 앞둔 이달 26일에도 “정부가 재정의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동당 측은 이번 개혁안을 통해 2040년까지 연간 150억 파운드(약 26조 9368억 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2050년에는 예상 절감 규모가 연간 500억 파운드(약 89조 7865억 원)로 불어난다.
버넘 총리가 ‘복지 삭감’을 선언한 것은 아니다. 대신 그는 “연금 개혁으로 절감한 예산을 전국민 돌봄 서비스와 비슷한 보편적인 사회 돌봄 체계를 만드는 재원으로 쓰겠다”고 했다. 일종의 복지 지출 재분배인 셈이다. 영국 싱크탱크 레졸루션 파운데이션의 루스 커티스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파탄 수준인 요양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론 53%가 반대…정치적 후폭풍 예고
그러나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우선 반대 여론이 찬성보다 훨씬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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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G 리서치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트리플 락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53%로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13%)의 4배에 달한다.
버넘 총리가 개혁안 시행 시.을 다음 총선 법정 시한인 2029년 이후로 잡은 것도 이번 노동당 집권 시기에 트리플 락을 유지하겠다는 공약 파기를 피하기 위한 정치적 조치에 해당한다.
연금 개혁으로 절감한 예산이 버넘 총리가 약속한 사회 복지 확충에 충분한 재원이 될지도 미지수라는 평가다. 조다단 크립 영국 재정연구소(IFS) 부소장은 “다음 의회 임기 내에 보편적 사회 복지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FT는 “복지 재원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하면 세금이 유력한 재원 조달 수단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가 차원 ‘브렉시트’ 토론, 선거제도 개편도 띄워
“버넘 총리가 급진적인 정책으로 승부수를 던졌다”는 블룸버그통신 분석대로 버넘 정권과 노동당이 역풍에 부딪힐 수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버넘 총리는 이날 전당대회에서 “득보다 폐해가 더 많았다”면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에 대한 국가적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또 선거제도 개편 방식을 연구할 국가 위원회를 설립하겠다고도 했다. 영국은 650개 선거구에서 최다 득표한 후보가 하원의원이 되는 소선거구제로, 최근 수년에 걸쳐 전통적인 양당제가 흔들리고 여러 정당으로 표심이 갈리는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로, 최근 수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