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① 프란체스코 아예츠, 키스, 1859년, 캔버스에 유화, 110×88㎝, 브레라 미술관, 이탈리아 밀라노.[그림 | 위키백과]
유명 초콜릿 가운데 '바치(Baci)'라는 브랜드가 있다. 청춘 남녀들이 사랑을 고백한다는 밸런타인데이 때 이탈리아에선 이 초콜릿이 불티나게 팔린다. 바치는 입맞춤이라는 말로 바치오(Bacio)의 복수형이며, 영어로 바꾸면 '키스(Kiss)'다.
스페인어로는 '베사(Besa)'라 하는데, 우리가 잘 아는 멕시코 노래 '베사메 무초(Bsame mucho)'에서 '베사'가 그것이다. 여기서 '베사(Besa)'는 키스를 뜻하는 '베소(Beso)'의 동사형이다. 그래서 베사메 무초는 키스를 많이 해 달라는 뜻이 된다.
잠시 여기서 우리나라 가수가 불러 유행했던 '베사메 무초'의 가사를 들어 보자. '베사메 무초야/리라 꽃 같은 귀여운 아가씨/베사메 무초야/그대는 외로운 산타마리아'인데, 베사메 무초는 귀여운 아가씨 이름이 아니다.
그렇다면 만국 공통으로 사랑받는 단어 '바치(키스)'가 초콜릿 유명 상표로 거듭난 배경은 뭘까. 질문을 풀어줄 그림이 있다. 이탈리아 화가 '프란체스코 아예츠(Francesco Hayez·1791~1882년)'의 작품 '키스-Il Bacio(그림①)'다.
작품은 한쌍의 남녀가 키스를 나누는 그림이다. 조금 자세히 보면 남자는 왼쪽 허리춤에 칼을 차고 있다. 전장戰場으로 떠나는 남성을 여성이 떠나보내는 장면으로 둘은 마지막 입맞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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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아예츠가 활동하던 시기의 이탈리아 역사를 조금만 확인하면 그림이 더 흥미로워진다. 당시 이탈리아는 통일하지 못한 채 여러 나라로 쪼개져 있었다. 아예츠가 키스를 제작한 1859년 무렵 이탈리아에선 통일운동이 한창이었는데, 오스트리아의 선전포고로 시작된 전쟁에 '사르데냐'는 나폴레옹 3세의 프랑스와 연합해 싸우고 있었다. 이때 사르데냐의 가리발디 장군이 유명한 '붉은 셔츠 민병대'를 이끌고 시칠리아를 정복하는 등 통일의 기틀을 만들었다.
이쯤에서 작품으로 다시 돌아가보자. 남자의 의상을 보면 붉은색 겉옷과 목덜미를 갖추고 있다. 소매는 초록색, 스타킹은 붉은색이다. 여성은 팔에 흰천을 두르고, 푸른 공단貢緞 드레스를 입고 있다. 여기서 초록색은 이탈리아, 푸른색은 프랑스를 상징한다. 공통으로 들어가는 붉은색과 흰색은 연합국의 단합된 전투 의지를 담고 있다. 더군다나 아예츠의 아버지는 프랑스인, 어머니는 이탈리아 사람이었다.
이처럼 작품 키스는 격정적인 남녀의 입맞춤을 묘사했지만, 그 안엔 민족의 결집과 저항, 이탈리아의 통일 의지가 담겨있다. 이런 작품 키스의 숭고함에 '상업'을 접목해 탄생한 게 바로 이탈리아 바치 초콜릿이다.
그림② 프란체스코 아예츠, 키스, 1867년, 캔버스에 유화, 129×99㎝, 개인 소장. [그림 |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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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회사 '페루지나(Perugina)'를 설립한 전설적인 여성 기업인 '루이사 스파뇰리(Luisa Spagnoli)'와 연인 '지오반니 부이토니(Giovanni Buitoni)'는 1922년 초콜릿 이름을 '바치'로 바꾸고 아예츠의 그림 키스를 초콜릿 상자에 접목했다.
국민의 애국심을 마케팅으로 활용한 셈인데,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루이사는 바치에 '사랑'이란 키워드도 넣었다. 바치 초콜릿은 겉을 싼 은박지를 벗기면 사랑의 글귀가 나오는데, 이는 루이사와 지오반니가 초콜릿에 연애편지를 넣어 보내던 것에서 유래했다.
이 때문인지 아예츠의 그림 키스 버전 중엔 애국심과 함께 '사랑'을 묘사한 것들도 많다. 1861년 버전은 여성 의상이 흰색이다. 적백녹색의 이탈리아 깃발을 상징한다. 1867년 버전은 그해 프랑스 만국박람회 출품작이다. 계단을 밟고 있는 청년의 왼발이 힘찬 도약과 전진을 상징한다.
흥미롭게도 이 버전엔 남성 허리에 있던 칼이 없다(그림②). 여인의 의상은 청색이지만 흰천을 계단에 놓아 초록의 이탈리아 초원과 흰 알프스 산맥, 그리고 붉은 독립의 고귀한 순국殉國 의미를 담았다. 이렇게 아예츠의 작품 키스엔 수많은 이야기가 깔려 있다.
사랑과 애국심을 동시에 묘사한 아예츠의 능력도 대단하지만, 그 그림을 마케팅 도구로 활용해 '100년 초콜릿 기업'의 발판을 만든 루이사의 스토리텔링 능력도 경이롭다. 둘 다 대가다.
김용우 미술평론가 | 더스쿠프
버전은 그해 프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