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헬레나 총독 관저에 살고 있는 194세 거북 '조너선'./Kevstan / Wikimedia Commons
나폴레옹이 유배돼 1821년 숨을 거둔 남대서양의 외딴섬 세인트헬레나. 그로부터 61년 뒤 이곳에 거대한 거북 한 마리가 도착했다. 훗날 이 섬의 총독이 되는 영국인에게 선물로 보내진 거북 ‘조너선(Jonathan)’이다. 당시 나이는 약 50세. 태어난 해는 1832년으로 추정된다. 찰스 다윈이 23세 청년으로 비글호를 타고 남아메리카를 탐험하고, 훗날 영국 여왕이 되는 빅토리아 공주가 13세 소녀였던 때다.
수많은 왕과 대통령이 바뀌고 두 차례 세계대전이 벌어지는 동안 살아남은 조너선은 올해 194세로, 기네스 세계기록이 인정한 현존 최장수 육상 동물이다. 최근 국제 공동 연구진이 조너선의 DNA를 분석했더니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2세기 가까운 세월이 흘렀는데도 일부 핵심 유전자의 작동을 조절하는 부위가 젊은 거북처럼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었던 것이다.
◇나폴레옹의 유배지에서 144년째 살고 있어
미국 장수 연구기관 칼렐재단과 밴더빌트대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진은 조너선의 장수 비결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7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조너선의 유전체와 유전자 작동을 조절하는 화학적 표지를 분석해 일반적인 노화 과정과 다른 특징을 찾아냈다.
조너선은 1882년 인도양 세이셸제도에서 세인트헬레나섬으로 옮겨진 뒤 지금까지 144년째 총독 관저인 플랜테이션 하우스 정원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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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너선의 나이가 더욱 놀라운 것은 같은 종의 다른 거북과 비교할 때다. 연구진이 인용한 기존 연구에 따르면 알다브라코끼리거북의 평균 기대 수명은 약 80세이고, 추정 수명 상한은 약 94세다. 그런데 조너선은 이보다 약 100년을 더 살고 있다.
◇사망설에 정부가 해명… 초고령 거북 특별 예우
조너선이 거주 중인 세인트헬레나섬은 영국의 주권 아래 있으면서 일정한 자치권을 행사하는 해외 영토다. 영국이 외교·국방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섬 주민들은 자체 정부를 통해 지역 행정을 운영하는 구조다. 지금도 영국이 임명하는 총독이 있다.
세인트헬레나 정부의 조너선 사랑은 남다르다. 지난 4월 조너선이 죽었다는 가짜 뉴스가 퍼지자 세인트헬레나 정부가 “조너선은 여전히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라며 생존 사실을 직접 확인하는 공식 발표문까지 냈을 정도다.
조너선은 세인트헬레나의 지폐에도 등장한다. 세인트헬레나 정부가 올해 1월 새로 발행한 10파운드 지폐의 앞면에는 영국 국왕 찰스 3세의 초상이, 뒷면에는 조너선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194세 거북이 국왕과 함께 지폐를 장식할 만큼 섬의 상징적인 존재로 대접받는 셈이다.
이번 국제 공동 연구진이 조너선의 장수 비결을 알아보기 위해 채혈을 하려 했을 때에도 세인트헬레나 정부가 허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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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너선의 혈액을 뽑는 과정에서 감염 등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이에 연구진은 채혈 대신 입안의 .막을 긁어 채취한 세포와 침에서 조너선의 DNA를 추출했다.
올해 1월 새로 발행된 10파운드 지폐 뒷면에도 조너선의 모습이 담겼다. 지폐 앞면 인물은 영국 국왕 찰스 3세다./알렉스 즐로틴, 제프 소어스, 찰스 투생, 데니스 재밋
◇DNA에서 장수 관련 유전자 변이 확인
연구진이 조너선의 DNA를 분석한 결과, 다른 거대 거북과 구별되는 유전자 287개의 변이가 발견됐다. 이 가운데는 DNA 손상을 복구하거나 염색체 끝부분인 텔로미어를 보호하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들이 있었다. 세포의 에너지 생산, 인슐린 조절, 암 억제 등 노화와 관련된 기능을 가진 유전자에서도 특징적인 변이가 확인됐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DNA 복구에 관여하는 유전자들과 텔로미어를 보호하는 POT1 유전자다. 텔로미어는 염색체 끝부분이 손상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구조로, 세포 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유전자 변이가 조너선의 장수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유전자 조절 능력… 장수의 열쇠일까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결과는 유전자의 작동을 조절하는 체계에서 나왔다. DNA에는 유전 정보뿐 아니라 특정 유전자가 얼마나 활발하게 작동할지 조절하는 화학적 표지가 붙어 있다. 대표적인 것이 DNA에 ‘메틸기’라는 물질이 달라붙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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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표지의 배열은 나이가 들면서 。차 불규칙해진다. 연구자들은 이를 ‘메틸화 엔트로피’라고 부른다. 엔트로피는 무질서한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유전자 조절 표지의 배열이 불규칙하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조너선과 5세, 12세, 나이가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고령 거북 두 마리 등 모두 다섯 마리를 비교했다. 조너선도 전체 DNA의 메틸화 엔트로피는 젊은 거북들보다 높았다. 194세 거북에게도 노화의 흔적이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일부 유전자에서는 달랐다. 분석 대상 유전자 조절 부위 2895곳 가운데 272곳에서는 조너선의 메틸화 엔트로피가 5세와 12세 거북처럼 낮게 유지됐다. 반면 다른 고령 거북 두 마리에서는 이 부위의 엔트로피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들 유전자에는 세포의 에너지 생산을 담당하는 미토콘드리아와 RNA 처리, DNA 복구 등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이 포함돼 있었다. 연구진은 생명 유지에 중요한 유전자들의 조절 체계가 오랜 세월 안정적으로 유지된 것이 조너선의 장수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연구로 조너선의 장수 원인이 밝혀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극단적으로 오래 산 개체 한 마리의 특징을 분석한 것으로, 발견된 유전자 변이와 메틸화 패턴이 실제 수명 연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실험으로 입증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혈액을 채취할 수 없어 유전자들이 실제로 얼마나 활발하게 작동하는지 RNA 분석으로 확인하지 못한 。이 한계로 꼽힌다. 다른 장수 거북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는지 추가 연구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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