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하던 2019년 말 경기 부천시 한 시민단체에서 함께 활동하던 약사와 간호과 사회복지사가 모였다. 외부 활동이 꽁꽁 얼어붙던 시절이었지만 “환자를 돌보는 우리부터 건강해야 하지 않겠냐?”며 머리를 맞대고 찾아낸 게 노르딕워킹이다.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외과병동 이정옥 간호사(51)는 그때부터 노르딕워킹에 빠져들어 강사 자격증까지 획득했다. 지금은 노르딕워킹을 개인의 심신 건강의 버팀목으로 삼고 실행하며 향후 노년층 운동으로 보급할 계획까지 세웠다.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외과병동 이정옥 간호사가 산에서 폴을 들고 노르딕워킹을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던 2019년 말 노르딕워킹을 접한 이 간호사는 폴과 함께 자연을 걸으며 심신 건강을 다지고 있다. 이정옥 간호사 제공
“여기저기 알아보니 노르딕워킹이 시간 대비 운동 효과가 좋다는 것을 알았어요. 또 사회적 거리 두기 속에서도 야외 운동은 허락됐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나가서 해도 큰 문제가 없었거든요.”
처음 여섯 명이 모여 주연서 (사)국제노르딕워킹협회 사무국장(현 회장)의 강습을 받은 게 시작이었다. 이 간호사는 “처음에는 진짜 우리끼리 뭘 좀 해보다는 정도였는데 자연 속에서 몸을 움직이며 숨을 돌리는 것만으로도 버틸 힘이 생겼다”고 했다. “뭘 시작하면 깊이 빠져드는 성향”이라는 그는 초급과 중급 과정을 거쳐 강습할 수 있는 인스트럭터 자격까지 땄다. 초급부터 인스트럭터 과정을 모두 마치는 데는 8개월 가까이 걸렸다.
강습은 주 1회였지만 그것만으로는 실력을 키울 수 없어 회원들끼리 따로 모여 일주일에 두세 번씩 매회 1시간 30분에서 2시간 훈련했다.
파칭코하는법
병원 후문으로 나가면 곧바로 원미산 둘레길과 가톨릭대 성심교정으로 이어지는 코스가 있어, 자연스럽게 풍광이 좋은 산으로 발길이 향했다. 그는 “숲으로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됐다. 그래서 평지보다는 숲을 자주 찾았다”고 했다. 이 씨는 주 4회 이상 원미산을 오르내렸다.
원래 등산과 자전거 및 MTB 라이딩을 즐기던 그는 어느 순간부터 노르딕워킹에만 매진했다. 의료기관에 몸담고 있다 보니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큰 격렬한 운동보다는, 나이가 들어서도 끝까지 이어갈 수 있는 걷기 운동에 자연스럽게 마음이 갔다. “걷기는 누구나 최후까지 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생각했어요. 다만 바른 자세로 걷는 법을 제대로 배워야 한다는 걸 알게 됐죠.”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지금, 환자를 돌보며 그는 걷기의 중요성을 매 순간 되새긴다고 했다.
이정옥 간호사가 산길에서 노르딕워킹을 하고 있다. 이정옥 간호사 제공
그는 2022년까지 11kg을 감량했다. 노르딕워킹은 상·하체를 동시에 쓰는 운동 특성상 에너지 소모가 크고, 원미산 둘레길처럼 완만한 오르막이 있는 산에서 운동하다 보니 효과가 더 컸다. 노르딕 스키에서 발전해 ‘폴 워킹(Pole walking)’이라고도 불리는 노르딕워킹은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노르딕워킹은 바른 자세를 유지하며 걷게 해줍니다. 폴을 활용해 걷기 위해서는 상체에서 어깨의 움직임이 중요하죠. 발이 나갈 때 어깨도 함께 나가야 합니다. 땅에 짚은 뒤 폴을 끝까지 밀어줘야 보폭이 커지죠. 전신을 다 쓰기 때문에 운동량도 훨씬 많습니다.”
2023년 1월 응급의료센터에서 외과병동으로 부서를 옮기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모바일 바다이야기사이트
응급의료센터는 간호가 수가 많아 정시 출퇴근이 가능했지만, 외과병동은 혼자라 갑작스러운 뇌사자 장기이식 상황이 생기면 일이 끝나지 않아 운동할 시간을 내기 어려워졌다. 여기에 갱년기까지 겹쳤다. “심리적으로도 에너지가 없고, 막내가 고교 3학년이라 여유도 없었다”고 했다. 다소 주춤했지만, 주말과 출퇴근길을 활용해 다시 노르딕워킹 하는 루틴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정옥 간호사(왼쪽)가 주연서 (사)국제노르딕워킹협회 회장과 함께 노르딕워킹을 하고 있다. 이정옥 간호사 제공
인스트럭터 자격을 딴 뒤 이 간호사는 노르딕워킹 국제 컨벤션에도 참가했다.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며 열리는 이 행사에서는 각국의 교육법과 용품은 물론, 5km에서 20km까지 다양한 거리의 대회도 함께 열린다. 그는 유럽에서 열린 컨벤션 때 10km 개인전에 출전해 45~46분대의 기록을 냈지만, 현지의 70대 참가자들에게도 크게 밀리는 경험을 했다.
“우리는 이걸 테크닉으로 배우고 교육받는 개념이지만, 유럽에서는 겨울 스키에서 발전한 생활 스포츠로 일상 속에 완전히 녹아 있더라고요. 폴을 쥐고 걷는 게 그냥 삶의 일부인 거예요.” 그 차이를 목격한 것이 그에게는 큰 자극이 됐다.
이 간호사는 지난해 서울대 산림과학교육원에서 산림치유지도사 자격증에도 도전했다. 1년의 교육 과정을 거쳐 4개월간 도서관에서 시험을 준비했고, 올해 초 단번에 자격증을 손에 넣었다. “간호사 경력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다지 큰 도움은 안 됐어요. 난도가 워낙 높더라고요.” 그가 이 공부에 매달린 이유는 분명했다. 질병을 치료의 관。으로만 접근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오랜 임상 경험에서 절감했기 때문이다.
이정옥 간호사(오른쪽)가 한 시민단체 회원들과 노르딕워킹을 하다 포즈를 취했다.
오리지날게임
이정옥 간호사 제공
“요즘 환자와 보호자와의 소통이 정말 어려워요. 그래서 치유 프로그램이 더 필요하다고 느껴요. 다만 그 전에, 남을 돌보는 우리부터 건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근 이슈가 된 간호사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언급하며, 그는 조직 내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원미산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 간호사는 “장기적으로 노르딕워킹을 노년층의 일상에 뿌리내리게 하고 싶다”고 했다. 지역사회와 협력해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경로당에 앉아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야외에서 걷는 즐거움을 누리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럼, 노년층의 시간 활용과 건강 증진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는 건강 증진을 넘어 미래의 일자리와도 연결된다고 본다. 정년 이후에도 지역사회에서 통합 돌봄 같은 형태로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정옥 간호사가 폴을 들고 산길을 걷다 활짝 웃었다. 이정옥 간호사 제공
“노년기의 가장 큰 문제가 낙상입니다. 노르딕워킹으로 근력과 균형감각을 유지하면 낙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노르딕워킹을 배우면 나이 들어서도 폴에 의지해 3km, 5km를 쉽게 걸을 수 있고, 그러면 삶이 완전히 달라져요. 움직이지 못하면 삶의 질, 건강이 함께 떨어집니다. 걷기는 누구나 최후까지 할 수 있는 운동입니다. 다만 바른 자세로 걷는 법을 제대로 배워야 합니다. 노르딕워킹에 답이 있습니다.”
이 간호사는 폴을 처음 접하는 나이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폴이 몸에 익숙한 물건이 돼야 걸림돌이 되지 않아요. 70대에 처음 폴을 쥐면 오히려 걸려 넘어질 위험이 커지죠. 젊을 때 익숙해지면 나이 들어서도 잘 걸을 수 있습니다”며 가급적 빨리 폴과 익숙해져야 한다고 했다.
평균 수명이 아니라 일상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건강 수명을 늘리는 일, 그것이 그가 노르딕워킹을 통해 그려가는 100세 시대의 미래다.
그럼, 노년층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