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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전중기     날짜 : 26-10-09 05:00     조회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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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으로서 해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일은 무엇일까. 삶의 대부분을 자신이 사랑하는 것으로 가득 채우고, 그 지난한 세월을 오롯이 자기만의 음색과 선율로 엮어내는 일이 아닐지. 80대에 접어든 거장 에디 고메즈(Eddie Gomez)의 내한 공연에서는, 바로 그 반짝임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림. © 민예원 에디 고메즈는 전설적인 빌 에반스 트리오(Bill Evans Trio)에서 11년이라는 최장기 베이시스트로 활동하며 재즈 역사에 굵직한 궤적을 남긴 인물이다. 그의 가장 큰 업적은 재즈 콘트라베이스의 역할을 단순한 리듬 악기에서 주도적인 솔로 악기로 확장했다는 데 있다. 뛰어난 민첩성과 독창적인 멜로디 감각을 바탕으로, 그는 피아노의 선율을 단순히 밑에서 받쳐주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끊임없이 리듬과 멜로디로 상호작용하는 긴밀한 인터플레이를 통해 악기 간의 대등한 대화를 가능하게 했으며, 베이스의 고음역대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마치 관악기나 피아노처럼 빠르고 화려한 멜로디 라인을 직조해 내기도 하였다. <에디 고메즈 트리오 라이브 인 서울> 공연 포스터 / 출처. 재즈브릿지컴퍼니 황금성3게임다운로드 이번 내한에는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고메즈와 호흡을 맞춰온 피아니스트 스테판 칼슨(Stefan Karlsson)과, 2024년 서울숲재즈페스티벌에서도 함께했던 드러머 스티브 프루잇(Steve Pruitt)이 합류하여, 오랜 시간 쌓아온 앙상블이 어떤 노련한 시너지를 만들어낼지 이목이 집중되는 순간이었다. 막이 오르고 시작된 연주는 서정적이면서도 연륜이 묻어났고, 여유로움 속에 치열함이 숨 쉬고 있었다. 세 명의 뮤지션은 곡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이며, 비어있지만 가득 차 있는 공간감을 만들어냈다. 전성기 시절 에디 고메즈를 상징했던 빠른 스피드와 화려한 테크닉은 세월의 흐름 속에 조금 바래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자리를 채운 것은 어떤 기교로도 흉내 낼 수 없는 독보적인 톤과 성숙한 스토리텔링이었다. 그림. © 민예원 팔순을 넘긴 나이 탓에 무대로 걸어 나오는 거동조차 불편해 보였지만, 그는 커다란 콘트라베이스를 품에 꼭 안은 채 한 음 한 음을 진솔하게, 마치 꼭꼭 씹어 음미하듯 연주했다. 과거의 명성에 기대는 노장이 아니라, 트리오의 완벽한 리더로서 묵직하게 밴드를 이끌고 있었다. 셋이 연주할 때 그의 베이스는 결코 뒤로 물러선 뒷받침 악기가 아니었다. 스티브 프루잇의 정갈하고 담백한 드럼 연주가 든든한 뼈대를 세우고, 스테판 칼슨의 피아노가 우아하게 공간의 무드를 채울 때, 에디 고메즈의 베이스는 그사이를 유유히 유영하며 멜로디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곡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냈다 파라다이스오션 . 느슨한 듯 정교하게 엮인 그들의 프레이징은 관객들로 하여금 숨을 죽이고 다음 음표를 기다리게 만들며, 1시간 30분 남짓한 시간을 단단하게 직조해냈다. <에디 고메즈 트리오 라이브 인 서울> 공연 장면 / 사진. © 민예원 에디 고메즈는 과거 한 매체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은 큰 선물이며,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육체는 나이 들고 어느덧 삶의 황혼기에 접어들었지만, 음악이 있기에 그는 여전히 순수하고 따뜻한, 인간다운 영혼을 간직할 수 있었다. 공연 내내 어린아이 같은 미소와 함께 "관객들이 나와 우리의 음악을 완성시켜 준다"며 진심 어린 감사를 여러 번 표하던 그의 모습은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렇기에 이날 무대는 대단하고 화려한 테크닉을 과시하는 전설의 쇼케이스가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평생 사랑해 온 음악을 소박하고 따뜻하게, 그리고 진실하게 나누어주는 자리였다. 80살, 90살, 100살이 되어서도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품에 가득 안고 끊임없이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삶. 그 끄트머리에 닿는 순간까지 자신이 지나온 세월을 불태워 세상에 온기를 불어넣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간만이 살아낼 수 있는 가장 예술적이고 가치 있는 삶이 아닐까. 민예원 '스튜디오 파도나무' 대표·작가 악기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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