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석산 구름다리에서 바라본 노대동 풍경 제석산 구름다리 아래로 봉선동에서 제2순환도로로 이어지는 길이 지나고, 건너편 노대동의 아파트와 산자락이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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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아파트와 학교, 도로가 둘러싸고 있지만 '차고야별장'은 한때 광주시민들이 즐겨 찾던 소풍터였다. 제1순환도로가 뚫리기 전, 지산유원지와 무등산 산장처럼 가족과 학생들이 나들이 삼아 찾던 곳이다.
예전 광주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이들에게 '차고야별장'은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지금의 동아여중·고 자리에 있던 별장과 그 주변을 일컫던 말이다. 숲이 우거지고 경치가 좋아 1960~70년대 학생들의 단골 소풍지이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별장 자리에는 학교가 들어섰고 주변 풍경도 크게 달라졌다. 10월 3일, '광주의 산' 세 번째 탐방에 나섰다. 군왕봉과 장원봉에 이어 이번에는 제석산이다. 동아여중·고에서 산길로 들어서 치마봉을 지나 구 용산약수터 방향으로 내려간 뒤 다시 제석산 능선을 잇는다.
▲ 제석산 능선을 따라 오르면 만나는 치마봉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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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석산 숲길 들머리 남부경찰서 인근 도로에서 제석산 능선으로 오르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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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이 아래가 전부 논밭이었어요."
치마봉에서 구 약수터 쪽으로 내려오는 길, 천천히 산을 오르는 한 어르신과 마주쳤다. 매일 광주천을 따라 용산지구까지 걸었다가 되돌아온다는 그는 올해 여든셋이다.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걸음과 말투에 힘이 넘친다.
'차고야별장'을 아시느냐고 묻자 금세 옛 기억을 떠올린다. 잠시 걸음을 멈춘 어르신이 당시 풍경을 들려준다. "아파트 같은 건 없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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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에서도 한참 떨어진 변두리였어요. 차고야별장으로 학생들이 소풍도 많이 왔지요". 어르신의 기억을 따라 사라진 옛 제석산 풍경이 하나둘 되살아난다.
지금 산 아래에는 아파트가 빼곡하고 도로에는 자동차가 쉴 새 없이 오간다.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바라보니 풍경이 달리 보인다. 아파트가 들어선 자리에는 논밭이 펼쳐지고, 학생들은 차고야별장을 찾아 소풍길을 걸었을 터다.
봉선동은 제석산 북사면 산자락에 자리한다. 1980년대 택지개발이 시작되면서 논밭과 마을은 아파트와 주택단지로 빠르게 바뀌었다. 옛 농촌 풍경은 거의 사라졌다. 그 자리에 제석산이 남아 도시의 변화를 지켜보고 있다.
가을을 기다리는 단풍나무 터널
▲ 제석산 단풍나무가 양옆으로 가지를 뻗어 초록 터널을 만든다. 가을이 깊어지면 붉고 노란 단풍으로 물들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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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석산 숲속 체육시설 소나무 숲 사이에 운동기구와 벤치가 마련돼 있다. 산책과 운동을 함께 즐기는 주민들의 쉼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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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석산 숲길 시판 능선길 숲속에 시 한 편을 담은 나무 시판이 걸려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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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길을 걷다 단풍나무가 길게 이어지는 구간에 들어섰다. 양옆에서 뻗은 가지가 머리 위에서 서로 만나 터널을 만든다. 나뭇잎 사이로 스며든 햇살이 흙길 위에 얼룩처럼 내려앉는다. 아직 단풍은 이르다.
대부분 초록빛을 간직하고 있지만 성급한 잎 몇 장은 조금씩 빛깔을 바꾸고 있다. 가을이 깊어지면 이 길도 붉고 노란빛으로 물들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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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한가운데 이런 숲길이 있다는 게 반갑다. 앞서 걷던 사람들이 나무 터널 속으로 천천히 사라진다. 발밑에서 바스락거리는 마른 잎 소리를 들으며 다시 제석산 능선을 따라 걷는다.
숲길 곳곳에는 운동기구와 벤치가 놓여 있다. 산행객보다 가벼운 운동복 차림의 주민들이 더 익숙해 보이는 풍경이다. 길은 편백숲으로 이어진다. 곧게 뻗은 편백나무 아래로 짙은 그늘이 드리운다. 잠시 쉬었다 다시 길을 나섰다.
맨발로 흙길을 걷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신발을 손에 들고 천천히 발을 옮긴다. 잘 다져진 흙길이라 걷기도 편하다. 제석산이 등산만을 위한 산이 아니라 주민들이 운동하고 쉬는 일상의 공간임을 보여준다.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김 영 랑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 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에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메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능선길에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곳곳에 시를 새긴 나무 시판이 걸려 있다. 숲길을 걷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시 한 편을 읽는다. 김영랑의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다.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과 시 한 구절이 어우러져 발걸음을 잠시 붙잡는다.
구름다리를 건너 주월중학교로
▲ 제석산 구름다리 울창한 숲 사이로 하얀 구름다리가 능선을 잇는다. 도심 속 제석산을 걷는 또 하나의 상징적인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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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숲에서 500여 m를 걸으면 나무 사이로 하얀 구름다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봉선동에서 제2순환도로를 지나 노대동과 화순 방향으로 이어지는 길목을 가로지르는 다리다
황금성오리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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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다리에 올라서자 시야가 한꺼번에 열린다. 발아래로 도로가 지나고, 건너편 노대동의 아파트 단지 너머로 크고 작은 산줄기가 겹겹이 이어진다. 파란 하늘과 초록 숲, 도심 풍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잠시 난간에 기대어 풍경을 바라본다. 가까이에는 도시가, 그 너머에는 다시 산이 이어진다. 도심과 자연이 맞닿은 제석산의 매력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 제석산 능선길의 가을꽃 능선길 한쪽에 주황빛 꽃들이 햇살을 받아 곱게 피었다. 초록이 짙은 숲길에 가을빛을 더하며 산행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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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석산 능선길의 층꽃 연보랏빛 층꽃나무가 능선길을 수놓는다. 층층이 피어난 작은 꽃송이가 가을 햇살을 받아 더욱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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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길에는 가을꽃도 한창이다. 주황빛 꽃 사이로 연보랏빛 층꽃이 무리 지어 피었다. 아직 숲은 초록이 짙지만 길가의 꽃과 조금씩 색을 바꾸는 나뭇잎에서 계절이 움직이고 있음을 느낀다.
제석산은 도심 가까이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산이다. 아파트 뒷길에서도 곧바로 숲으로 들어설 수 있다. 푸른길공원과 광주천을 연계하면 도심 걷기 여행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 걷는 맛이 좋다. 단풍나무 터널을 지나 편백숲을 만나고,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흙길도 이어진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숲을 만나고 흙을 밟을 수 있다. 한때 도시락을 싸 들고 찾아오던 소풍터는 이제 시민들이 일상처럼 걷는 도심 숲이 됐다. 모습은 달라졌지만 사람들의 발길을 불러들이는 제석산의 매력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탐방 코스>
동아여고 → 치마봉 → 구 용산약수터·용산지구 → 단풍나무터널 → 제석정 → 편백숲 → 맨발길 → 구름다리 → 주월중학교/거리 9.81km, 소요시간 약 3~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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