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리히 베드포드-스트롬 WCC 중앙위원회 의장이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세계교회협의회(WCC)에 여전히 의구심을 품은 한국의 교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하인리히 베드포드-스트롬(66) WCC 중앙위원회 의장은 성경 속 한마디로 답했다. “와서 보라.” 예수님이 나사렛 출신이라는 말에 나다나엘이 의문을 나타내자 빌립이 건넨 말이다.(요 1:46)
베드포드-스트롬 의장은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무엇보다 와서 그리스도를 보라는 뜻”이라며 “WCC에 대한 이미지가 30~40년 전 것일 수 있다. 오늘의 WCC를 직접 보면 생각하던 것과 다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WCC는 1948년 출범한 세계 최대 교회 협의체로 개신교와 정교회 등 350여 회원 교회가 교회일치를 뜻하는 에큐메니컬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교회에서는 WCC를 둘러싼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1959년 장로교가 통합과 합동으로 분열될 당시에도 WCC 참여 문제가 주요 쟁.이었다. 보수 교계 일각에서는 종교다원주의와 냉전 시기 공산권 교회와의 교류 등을 문제 삼아 비판해 왔다. WCC 측은 종교다원주의를 공식적으로 결의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베드포드-스트롬 의장은 한국교회를 향해 “서로에게 꼬리표 붙이기를 멈추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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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바이에른 복음주의루터교회 주교와 독일개신교회(EKD) 평의회 의장을 지낸 그는 2022년부터 WCC 중앙위원회를 이끌고 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신학박사인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텔렌보스대에서 조직신학과 교회론 교수로 활동하며 공공신학을 연구한 신학자다.
그는 에큐메니즘을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고린도전서 1장 13절 “그리스도께서 어찌 나뉘었느냐”는 말씀을 인용하며 “자라 온 교단을 사랑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우리가 가장 먼저 따라야 할 분은 그리스도”라고 말했다. 이어 “하나님의 사랑을 말하면서 서로 싸우면 아무도 우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특히 젊은이들은 더 그렇다”고 안타까워했다.
복음주의·오순절 교회와 WCC의 관계도 과거와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순절이나 복음주의 쪽에서 WCC를 적으로 여기던 때가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WCC는 세계 복음주의 교회 및 오순절 운동과도 대화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그가 교회 간 대화의 사례로 든 인물은 독일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1926~2024)과 여의도순복음교회 설립자 조용기(1936~2021) 목사였다. ‘희망의 신학’으로 알려진 몰트만은 1995년 조 목사와 ‘희망’을 주제로 대담했다. 베드포드-스트롬 의장은 “평생 에큐메니컬 운동에 몸담은 신학자와 전혀 다른 배경의 목회자가 서로를 깊이 아꼈다”며 “안 어울릴 것이란 꼬리표를 붙이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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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트만과 나이를 떠나 오랜 친구였던 그는 2024년 몰트만이 98세로 별세하기 2주 전 마지막으로 만났다. 방문 의사를 묻는 이메일에 몰트만은 “꼭 오라. 에큐메니즘 이야기를 많이 들려 달라. 내 마음은 에큐메니즘에 매여 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베드포드-스트롬 의장은 이를 “몰트만이 내게 남긴 마지막 말이자 그의 유산”이라고 소개했다.
독일 통일을 경험한 그는 한반도 문제에서도 ‘관계’를 강조했다. 1960년 동서독 국경 인근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철조망과 지뢰밭이 일상이었다. 그것이 무너지는 날을 살아서 보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서른 살에 통일을 맞은 그는 “지금도 기적 같다”고 회고했다.
한반도 남북 교회 관계에 대해서는 “관계를 끊지 말고 가능한 한 모든 곳에서 관계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북측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은 지난 8월 WCC 창립 78주년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그 생일 카드가 마지막 소통이 아니라 더 많은 소통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며 “독일 통일로 이어진 변화를 만든 것도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였다”고 했다.
통일에 무관심한 한국 청년들에게는 “같은 말을 쓰는 사람들과 함께하게 되는 것이 얼마나 큰 선물인지 알게 될 때까지 조금만 인내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미래는 열려 있다. 성령의 힘을 과소평가하지 말라”며 “그래서 나는 한국에 대해서도 희망을 품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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